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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x

20231201

by happyjay 2023. 12. 10.

팀장을 내려놓고, 팀원으로 일하면 마음이 편하리라 생각했는데, 몸이 편했다. 



이전 회사와 새로 옮긴 이번 회사에서 계속 거의 10년 가까이 운영혁신과 기획에만 있었는데, 실무 조직으로 옮기기로 하였다. 오늘은 그 실무조직으로 이동한 첫날이었다.  그 조직의 임원은 조직내 기획 업무를 담당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고, 실무 경력도 보유했고 오랜기간 기획일을 해본 내가 마침 적임자로 여겨진 듯 하다.

 

실무 조직은 변화와 혁신보다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조금 더 잘하는 것이 우선 일 수 밖에 없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기에는 operation에 투입해야할 resource의 이동도 만만찮은데다가, 변화에 따르는 risk도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꼭 그래야할 필요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인더스트리의 특성이 변화와 혁신에 따르는 보상이 크지 않고, 회사의 top 경영진이 drive를 하지 않는다면 더욱 그러하다. 



첫날에는 조직의 인원 현황을 정리했다. 이 조직에서는 그간 본사 근무 인력 외, 해외 지사, 휴직, 본부 파견 등 복잡한 인원 현황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고, 임원은 아주 기본적인 그 부분을 요청했다. 

인원 현황은 회사 portal에서 인원 정보를 일단 긁었다. 별도로 다운 받거나 하는 기능이 없어, portal의 정보를 수동으로 긁어서 복사했고, 엑셀에 옮긴 다음 불필요한 정보를 날리고, 세로로 주욱 붙여진 개인 정보를 일일이 가로로 복사해서 붙여 넣었다. 

개인 정보는 직급, title과 사번, 그리고 일반직, 파견직, 외국인원 등으로 구분하고, 이메일, 전화 번호 등을 추가하려 하다가 추가로 가로 복사를 해야 하는데다가 굳이 필요하지 않을 듯 하여 그 정보들은 날려 버렸다.

거기에 여기 저기 물어서, 지사와 본부에 파견된 직원 그리고 휴직중인 직원들의 정보까지 모두 반영하여 master list를 완성했다. master list의 정보는 다시 피벗으로 돌려서, 팀/직급으로 분류하니 깨끗하게 정리가 되었다. 



다음에는 어제부터 작업을 시작했던, 중국 지사에서 사용할 외부 신용 평가사 활용 방안을 정리하는 일도 마무리하였다. 그간에 수개월에 걸쳐 임원과 중국 현지 담당자간 오고간 메일을 살펴보니, 임원이 요청한 정보를 중국 현지에서 바로 바로 회신하긴 하였다. 다만, 정보들이 한판에 정리되지 못하였고, 정보를 토대로 의사결정이나 next step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였다. 

정보들을 정리하여 한판에 정리하려하니 부족한 영역도 보이고, 정보가 있다하더라도 디테일이 부족해서, 질문에 질문이 나올만한 상황이었다.

단순하게 외부 신용 평가사의 활용 계획과 이에 대한 의사결정을 받는 것만으로 슬라이드를 구성하는것은 웬지 폼이 나지 않아 보인다. 중국 지사의 Risk 관리 업무를 단계별로 한판으로 정리하고, 그 단계별 업무 흐름안에서, 외부 신용평가사의 활용 계획을 매칭해보았다. 

전체 와꾸가 그려지는 듯 한데, 역시나 디테일이 좀 부족하다. 현지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어 도움을 청하였는데, 휴가중이라고 한다. 다음주에 추가 정보를 기대하기로 한다. 

우려되는것은, 내가 원하는 디테일 수준을 과연 중국지사에서 맞춰줄 수 있는지, 본사에서는 그 정도 디테일한 수준을 원하는지 궁금하긴 하다. 



의사결정을 받는 다는 의미는, 혹은 의사결정을 위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 영역과 논리를 잘 구성하여 한 판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 한판을 제대로 만들어 의사결정권자를 나의 판에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의사결정권자는 보고자의 논리적 완결성에 의심을 하기 시작하고, 미처 내가 알아보지 못한 부분에 대한 질문과 주문이 시작된다. 이것도 좀 알아보라, 저것도 좀 알아보라, 급기야는 어떤걸 보고 내가 판단을 내려야 하나 등의 질문과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질문과 주문에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간 문제 없이 멀쩡히 운영되던 process에서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드러나고 agenda가 옮겨갈 수도 있다. 악몽이 시작되는 것이고, 배가 산으로 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