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오픈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려고 골프 연습장 입구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하얀색 에스컬레이더 한대가 우회전으로 빠르게 진입한다. 시간을 보니, 연습장 오픈 시작 시간인 6:30분이 되지 않아 맘에 드는 타석을 선택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마치 마라톤 레이스에서 여유있게 선두를 달리다가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선수에게 선두를 빼앗긴 것 같은 마음으로 괜시리 급해 진다.
출입구에서 조금 멀리 떨어지더라도 남의 손을 타지 않는 사이드 쪽에 차를 세워두었다. 차에서 빨리 내리기 위해서 집에서 나설때 부터 스파이크가 없는 골프화를 신었고, 골프백에는 마실 물 2병, 아침에 만들어온 토스트도 미리 챙겨 두었다. 골프백만 꺼내들면 남들보다 일찍 체크인을 할 수 있다.
연습장 체크인을 위해 주차장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는데 아까 봤던 에스컬레이더에서 골퍼가 내린다. 키는 180은 되어 보이고, 근육질의 다소 비대해 보이지만 단단한 체구에, 얼굴은 까무잡잡하다. 마치 젊은 시절의 최경주 선수 같다.
적당한 타석을 선택해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까 그 선수 같은 사람도 공교롭게도 내 앞 타석에 자리를 잡았다.
타이틀리스트 14구 스탠드백인데,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은 그린 색상이다. 한때 저 색상의 같은 모델을 구입하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어 정확하게 기억을 한다. 드라이버는 테일러메이드의 스텔스, 아이언 역시 테일러 메이드의 중공구조의 블레이드 모델이다. 웻지는 타이틀리스트.
풋조이사의 골프화에 장갑은 빨간 장갑이다. 바지는 나이키의 조거 팬츠, 상의는 타이틀리스트. 클럽부터 의류까지 여러 브랜드를 섞어쓰는 것으로 보아 아직 의류와 클럽은 메인 스폰서를 구하진 못한 선수처럼 보인다.
연습장 타석앞에 선수가 자리하게 되면, 내 연습에 텐션이 올라가고 수시로 템포나 스윙을 옅볼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
곁눈질로 준비과정을 계속 살핀다. 웻지를 꺼내 들고 빈 스윙을 수차례 한다. 한발은 매트에 다른 한발은 매트 바깥에 디디고 선다. 인위적인 왼발 내리막을 만들어 연습을 하려는것 같다. 역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 정타로 맞아 나가는것 같지가 않다. 아직 몸이 덜 풀렸나?
다시 두 발을 모두 매트에 올려 놓고 숏아이언을 꺼내서 스윙을 한다. 간혹 삑사리도 나는것 같기도 하다. 힘껏 스윙을 하는데 어째 힘으로 스윙하는 듯하고, 거리도 100미터를 넘지 못한다.
내 연습에 몰두하기로 했다. 겉보기와 실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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