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전에 도시락을 싸간다. 지난 수개월 동안 출근전 아침 도시락을 싸가지 않은 날은, 글쎄 다섯 손가락을 못 채울 듯 싶다.
지하철이 복잡해지는 7시전에 조금 느긋하게 앉아가기 위해 조금 일찍 출근하는데, 집을 나서기전에는 아무래도 배가 고프지 않고, 그 시간에 억지로 아침을 우겨 넣으면 오전 시간이 반이 지나가기도 전에 배가 고파지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보온병에 싸온 커피와 함께 준비해온 아침 도시락을 먹을때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느낌에 웬지 좀 서글프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작은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한동안은 집에서 아침을 챙겨 먹고 나갔는데, 아침에는 밥을 챙겨 먹는게 좀 거북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상하게 집에서 아침에 토스트나 샌드위치를 먹자니 좀 맛이 안나기도 한다. 회사앞 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랑 커피를 사먹어보기도 했으나, 가격부담도 되고 그리 맛도 안나기도 하고 해서, 요즘 몇 개월째 정착한 것이 샌드위치 도시락이다.
아침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가끔 아내를 위한 토스트를 같이 만든다. 내가 먹는 샌드위치는 맛이 없어도, 매일 똑같아도 전혀 부담이 없는데, 아내를 위한 샌드위치를 만들때는 조금씩이라도 새로운걸 시도하고 정성을 쏟아보려고 노력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스크램블 치즈 샌드위치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버터를 두른 팬에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고, 지나치게 두툼한 식빵을 싫어하는 아내를 위해 두툼한 식빵 하나를 얇게 저며 두개로 만들어 사이에 치즈를 넉넉히 넣어둔 사이에 스크램블 에그를 채웠다. 내 샌드위치에는 고다와 하바티 치즈만 넣었는데, 아내의 샌드위치에는 추가로 모짜렐라 치즈를 잘게 다이스하여 뿌려 넣었다.
치즈와 스크램블을 채워넣은 두개의 식빵을 다시 버터를 적당히 두른 팬에 적당히 구워주니 치즈가 녹기 시작하면서 식빵 표면도 적당히 바삭해진다. 다시, 반대 면으로 뒤집어 주고 기다리고 있으니 치즈가 녹아서 팬에 흐르기 직전에 빠르게 도마위에 올린다.
큰 사이즈를 먹기 버거워하는 아내를 위해 마름모로 커팅하고, 아내가 좋아하는 방울 도마도 2알을 반으로 쪼개봤다. 4개는 좀 이상해서, 반쪽은 내가 먹고 3알로 마무리.
파슬리나 바질가루가 있었다면 색감을 위해서는 뿌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마도 없을 듯 싶어 부엌에 뒹굴던 파의 초록색 부위를 얇게 다져봤다. 예상되는 향이 샌드위치와는 차마 어울리지 않을 듯 싶어,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이렇게 준비해놓고 출근하면, 적당한 시간에 일어난 아내가 메시지를 보내줄 것이다. 맛이 없어도 대부분 맛있고 고맙다고 하는데, 간혹 맛에 대해서 이야기가 없을때가 있는데, 이 경우는 이런 저런 이유로 진짜 맛이 없는 경우이다.